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눈 아래가 조금씩 떨렸다.
교실 의자 앉은 나는, 전율이라는 이름의 감각을 십수 년 만에 맛보게 되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인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의 2학기 첫날은 유급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일생에 한 번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로 오늘이 그런대로 드문 날이긴 하다. 하지만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오늘 이 순간까지는 평범한 날이었을 터였다. 오랜만에 하는 등교에 늦잠을 잤지만 지하철을 놓치진 않았다. 재적하고 있는 스이쇼 고등학교에 도착하여 9월이 되었다곤 해도 아직도 무더위가 많이 남아있는 체육관에서 땀을 닦으며 교장의 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HR시간에 참여하려고 2-A 교실의 좌석에 앉았다. 이와 같이 어디에도 있을법한 시업식의 하루를 지냈다.
즉 어떠한 조짐도 없었던 것이다.
체육관은 더웠지만 이 정도로 열사병을 일으키는 허약체질은 아니다. 여름감기에 걸린 것도 아니다.
그러면 왜 내 몸이 떨기 시작한걸까?
평범한 날일 것일 오늘 이 순간, 왜 이마에 진땀을 흘려야하는가?
어째서?
왜?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본능이 정답을 알려주고 있다.
감지된다. 녀석이,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것뿐이다.
도망쳐야 한다. 이대로 교실에 있으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알고는 있지만 다리의 근육이 조금도 말을 듣지 않는다.
반애들의 잡다한 수다에 섞여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어금니에서 나는 소리인 듯하다.
HR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녀석은 아직 이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거리도 남아있지 않다.
종의 잔향음이 사라지고 조금 뒤 교실의 문이 열렸다. 나타난 것은 담임인 스즈키 키요타카 선생님이었다.
설마!? 스즈키 선생님이었던 것인가? 50대에 개성이라곤 단 한조각도 느낄 수 없는 화학교사가, 정말로?
―아니 다르다.
기색은 열려있는 채로 있는 문 저편에 있다.
있다. 그곳에, 녀석이.
온다, 교실에.
호흡이 이상하다. 들이쉬는 건지 뱉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 긴장의 실은 이제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교실 안이 다시 소란스럽게 되었다.
스즈키 선생님의 뒤에 또 한 명, 교실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본적 없지만―잘 알고 있는 인물.
녀석은 살짝 머리를 숙인 자세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반애들 전원이 호기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습이 드러나면서 나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떼지 못했다.
두 다리가 멈췄다.
스즈키 선생님은 교탁에 출석부를 놓고 억양이 없는 소리로 말했다.
“HR을 시작하기 전에 전학생을 소개합니다. 오늘부터 이 반에서 같이 공부를 하게 된, 칸다 카스미양입니다.”
진부한 소개를 말하고는 하얀 분필로 이름을 칠판에 적는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더럽지도 않은 글씨로.
“칸다양이 직접 인사해보세요.”
독촉되어 녀석이 머뭇머뭇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긴장해서인지 빨개진 얼굴로 외치듯이 이렇게 말했다.
“소, 소개 하겠습니다, 칸다 카스미입니다. 여, 여러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녀석이 고개를 깊이 숙이자 반애들 몇 명이 잘 부탁해하고 대답하고―거기가 한계였다.
나는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칸다양은 어제 현외에서 이사한 직후입니다. 여러분 칸다양과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정신을 잃었던 것은 불과 순간인 듯 하다. 정신이 들자 스즈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굴러 떨어질 때 상당히 큰 소리를 낸 것 같다. 반애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쓰러진 의자를 일으키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일단 그렇게 말했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이쪽을 향하지 않았다. 내가 굴러 떨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담담하게 칸다의 소개를 끝내고 교실을 둘러봤다.
“그러면 칸타양의 자리는―”
목구멍의 안쪽까지 덥석 쥐어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자리는 맨 뒤. 그리고 왼쪽 옆이 비어있다. 게다가 반에 빈자리는 여기 하나.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키타세군의 옆이 비어있군요. 아까 굴러 넘어진 남학생 옆자리에 앉아주세요.”
‘눈치채고 있던 거냐’하고 놀랄 여유따윈 없었다.
녀석이 이쪽으로 온다.
가슴이 괴롭다. 녀석이 한 발짝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이 날아오를 정도로 뛴다.
녀석은 그런 나를 조금도 불쌍하게 여기지 않고 어색한 손짓으로 옆자리의 책상을 당겨 그곳에 앉았다.
스즈키 선생님이 뭔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 같지만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기……”
“네, 넷!”
뒤집힌 소리가 앉은 채로 주의하고 있던 내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교실의 사람들이 뒤돌아 본다. 집중하는 시선.
“―이렇게 해서 여름 방학이 끝났습니다. 고등학생 생활도 반쯤 지난 것이 되죠.
앞으로도 지금까지 한 것 이상으로 충실한 일상을 보내도록 각자 노력을―”
단 한 명, 스즈키 선생님만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선생님의 이런 기계같은 ‘나는 상관없다’식의 태도는 마음속으로 존경할 수 있다.
선생님의 무해무익한 실로 제로의 이야기에 킥킥거리는 몇 개의 웃음소리가 겹쳤다. 평소라면 조금 기분이 상하지만―애초에 보통은 저런 소리를 내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말을 걸어온 방향은 왼쪽. 즉 녀석.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나한테 말을 한 것은 사실.
내가 주의를 끌었던 탓인지 녀석은 바로 다시 말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반드시 한 번 더 온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와이셔츠의 옷자락을 꾹 잡고 그 때를 기다렸다.
“오늘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내일부터 수업이니까 예습을 잊지 말아주세요.”
종이 울리고 스즈키 선생님은 이제까지 한 이야기를 크게 잘라 그렇게 말하고는 교실에서 나갔다.
길고 긴 HR시간이 끝났던 것이다.
결국 녀석이 그 후로 나한테 말 걸어오는 일은 없었다.
녀석은 그 때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모르겠다. 짐작도 안된다. 뇌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상황으로 제대로 생각할 수 없다.
―아니 다르겠지.
지금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HR이 끝나고 하교의 시간이 된 것이다. 도망갈 수 있다. 지금이라면 누구에게 꺼릴 것 없이 이 사지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신체가 조금도 움직여주지 않는다. 근육이 경직되어 의자와 하나가 된 것 같다.
어쩌지.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이대로라면 나는 녀석한테―
“저, 저기……”
이번에는 기묘한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대신에 나는 녹슨 나사가 돌아가는 듯한 움직임으로 목을 왼쪽으로 향했다.
녀석하고,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 순간 내 목은 그 이상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저, 저기! 저, 칸다 카스미라고 합니다.”
그건 이미 들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말을 할 수 없다.
“그,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녀석은 맹렬한 기세로 머리를 내린다.
뭐를 잘 부탁한다는 건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것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녀석의 머리가 조금 올라갔다. 눈을 치켜뜨고는 나를 본다.
“그……키타세군의 이름은?”
처음으로 나온 명확한 질문. 내 이름을 알아서 어쩌려고 하는건가? 어떠한 상상도 안가지만 나쁜 예감만이 든다. 하지만, 만약 대답하지 않으면 무엇이 일어날까?
“키타세……입니다.”
전력을 다한 대답은 희미했다.
그러면 녀석은 왠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으, 응. 그건 알고 있는데요……풀네임을 알려주지 않을래요?”
그런가.
‘일당 중 누구인가’를 묻고 있는 거구만.
확실히 그 때와는 형태가 완전 다르다.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은 곤란하겠지.
대답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입을 열려고 했다.
그 때 였다.
“칸다!”
높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반의 여자애들이 모이기 시작해 어느 샌가 녀석의 책상 주위는 사람 투성이가 되었다.
“있잖아, 칸다는 어느 학교에서 왔어?”
“부활동은 벌써 정한거야?”
제각기 날아오는 시시한 질문.
녀석의 눈은 나한테서 떨어져 애들한테로―지금 밖에 없다!
나는 가방을 잡고 일어서 삐걱거리는 신체를 억지로 움직여 맹렬한 기세로 교실에서 뛰어나갔다.
복도에서 몇 사람인가 어깨를 부딪쳐 난처한 시선을 받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이쪽은 목숨이 걸려있다.
교실이 있는 3층에서 5층으로 단번에 뛰어가서 다도부나 서예부같은 별로 인기 없는 문화부의 부실이 나란히 선 복도를 그저 달렸다. ‘시낭송부’라고 써진 간판이 붙은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숨이 끊어질 듯 했지만 나는 손잡이를 돌리고 힘이 되는대로 외쳤다.
“녀석이 왔어! 용사가 우리들을 쫓아 왔다고!”
외치고 나서 내가 본 것은 얼굴이 흙빛이 된 두 사람, 아이바 겐지와 우라카와 카츠아키였다.
파이프 의자에 앉은 겐지하고 카츠아키은 입을 반쯤 벌린 채로 허공을 본채로 내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야, 둘 다 듣고 있어? 저기 말이야, 용사가 내 반에―”
“듣고 있어. 아니,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 안그러면 이렇게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얼굴은 안해.”
먼저 말한 건 아이바 겐지였다.
“파동이 탕하고 왔으니까 말이죠. 눈치 못채는 게 무립니다.”
이어서 말한 건 우라카와 카츠아키.
이 둘은 옛날 동료들이다.
겐지는 등에는 칠흑의 날개, 이마에는 하늘을 거스르는 과시하는 듯 우뚝 솟은 하나의 뿔을 가진 50만 군대를 자랑하는 악마군단을 거느리는 대악마였다. 금단의 땅으로 불리는 험한 곳을 넘어서 펼쳐지는 마계라고 불리는 대지. 거기에 사는 모든 악마들을 통솔하는 대공작 지위에 군림하는 그는, 무한하다는 마력과 마계에 전해지는 저주받은 암흑의 무구를 구사해 모든 적을 굴복시켰다. 마대의 대공작이 지휘하는 군단이 지나간 곳은 사령만이 남는다. 그가 바로 죽음 그 자체라고까지 칭송받았다.
한편 카츠아키는 어떤 수인부족의 주술사에 의해 금단의 마술로 유기물, 무기물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물질을 조합하여 부족의 수호신으로 만들어진 합성수였다. 고참병으로 구성된 친위군단장을 맡은 그의 몸은 동산쯤 되는 짐승의 체구에 머리가 세 개, 팔과 다리는 합쳐서 두세 개, 꼬리가 여섯 개다. 특히 남한테 공포를 준 것은 오른쪽 어깨에 난 드래곤의 머리로, 거기서 일으키는 작열의 화염, 극한의 얼음 폭풍, 그리고 치사성물질을 다량 함유한 맹독의 숨결은 평등하게 모든 생물의 생명을 빼앗았다. 부족의 수호신이었을 합성수는 어느 순간 적들로부터 악신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키타세 테츠지로 즉 거인군단장이었던 나는 둘과 필적하는 존재였다. 혈통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인족에 내가 거인군단장으로 임명된 이유는 단 하나. 강하니까. 그것뿐이다. 인간의 5배의 체격을 자랑하는 거인병은 한 명으로도 타종족 병사 10인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거인전사로서 나의 실력은 타른 거인의 100인분에 필적한다고 자타가 공히 인정했다. 거목같은 팔은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적의 부대를 모조리 날려버리고, 특기인 투석으로는 몇 개의 성채를 붕괴시켰는지 자신도 잘 모를 정도다. 쌍두의 드래곤을 동시에 상대하여 이긴 적도 있다. 거인의 선조인 신화 시대에 세계를 정벌했다고 전해지는 사신의 재래. 혹은 역대 최강의 전사. 그것이 나한테 주어진 칭호였다.
세 마물은 경쟁하는 것처럼 약한 인간의 군대를 무찌르고 때려 부수고 다 태워버렸다. 그리고 우리들을 누구나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마왕군의 세 마장이라고.
―라는건 옛날 이야기.
옛날의 힘은 죽었을 때 차원의 경계를 헤맬 때에 대부분 잃었다. 현재 우리들은 어디에나 있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일 뿐이다. 기억과 정말 얼마 안되는 힘도 일단 정말로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그것이 어쨌다는 건가. 그 ‘용사’ 앞에서.
“왜 녀석이 쫒아온거야…….”
일단 그 자리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니 겐지가 힘없는 소리로 말했다.
“왜긴요, 그야 우리들을 처리하러 온 게 틀림없겠죠…….”
대답한 카츠아키의 목소리에도 완전히 힘이 없다.
“그건 알고 있어. 그게 아니라……우리들 아무것도 나쁜 짓하지 않았잖아. 태어난 이후로 하느님한테 얼굴 들지 못할 일을 한 기억은 하나도 없는데.”
“그건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났을 때부터겠죠. 원래 있던 세계에서 했던 짓을, 잊고 있진 않겠죠? 용사도 잊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겐지의 등이 털석하고 떨어졌다.
좁은 부실이 절망적인 침묵에 뒤덮인 때였다. 카츠아키가 갑자기 일어섰다.
“좋아, 정했습니다.”
“뭔가 좋은 방안이라도 있는 건가?”
“테츠지로군, 다이너마이트를 두르고 용사한테 특공해주세요.”
“그냥 테러잖아, 그거…….”
“마왕군의 철칙, ‘당하기 전에 해치워라’입니다”
“싫어. 지금의 나는 마왕군이 아니야,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애초에 자폭테러면 나도 죽어버리잖아. 죽고 싶지 않아.”
“던지면 괜찮을텐데요? 다이너마이트.”
“내 미래가 죽는 것은 변하지 않아. 절대로 안해.”
“근성이 없군요.”
“그럼 네가 해라.”
“삐뚤어진 테러리즘에 찬동할 수 없습니다.”
나나 이 둘은 용사한테 쓰러진 이후 혼만 남은 상태에서 차원의 경계에 빨려들어가 얼마 안있어 이 세계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아기로 새롭게 태어나 지극히 평범한 부모 아래서 지극히 평범하게 자라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 지금이니까 생각한다.
―예전 세계의 인간들한테 몹쓸 짓을 했구나.
이 나이가 될 무렵에는 평범한 일본인으로서 지극히 성실한 가치관과 윤리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세계에 태어난 뒤로는 악행다운 악행은 딱히 한적 없다. 뭣보다 그럴 마음이 생긴다 해도 평범한 17살이 할 수 있는 것 따위 기껏해야 별거 아니겠지만.
“할복이라도 할까. 거기까지 한다면 용사도 용서해 줄지도.”
“용서받아도 죽으면 의미가 없잖아…….”
완전 체념한 듯 말하는 겐지한테 그렇게 반발했다.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그리고 할복정도로 용사가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 안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너는 그렇겠지. 카츠아키. 용사의 연인인 마법사를 죽인건 너니까 말이지. 그건 용사받을 수 없지. 내가 용사라도 용서 못해.”
“그건 용사한테 브레스를 뿜으려 할 때 그 여자가 멋대로 튀어나와서 그런 겁니다! 불가항력입니다. 살의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한의 깊이라면 테츠지로군이 더 크겠죠. 뭐니뭐니해도 용사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부하들인 거인군단으로 멸망시킨 장본인이니까. 용사의 가족도 합해 마을 사람 모두 죽였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엄청 놀랐습니다.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하고.”
“마왕님의 명령이었다고. 부정하면 내가 일족과 함께 죽었을거야. 거기다가 우연히 숲에서 사냥하고 있던 용사는 재난을 피할 수 있었지. 사실 그거 우연이 아니야. 그래, 나는 용사가 없는 것을 가늠해 공격한거야. 즉 나는 용사의 생명은 은인으로, 더욱이 마왕님 토벌 여행을 재촉한 공로자란 거지. 그런 논법으로 해두고 싶어. 대체로 사망자 수로 따지면 겐지가 위험하겠지. 네가 연 지옥의 문 거기서부터 흘러나온 암흑의 힘 탓으로 얼마나 사망자가 나왔는지 상상도 안간다고.”
“나는 몰라. 부하가 멋대로 한거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건 반성하고 있다고. 사퇴안하고 자숙에 힘쓰는 것으로 책임지겠어.”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잠깐 시간을 둔 후 동시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우리들은 예외없이 용사한테 살해될 이유가 충분할 정도로 엄청 많은 것이다.
아니 실제로 살해당했다. 전에 있던 세계에서.
하지만 용사는 한번 죽인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나서도 우리들을 쫓아 나타난 것이다.
“……뭐, 이제와서 과거를 후회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보다 앞으로 긍정적으로 대책을 생각하는 것이 건설적이겠죠. 테츠지로군, 용사는 당신의 반으로 전학 온 거죠? 어땠습니까, 이 세계에서 용사의 본 느낌은?”
카츠아키한테 질문을 받아 나는 머리를 쥐어짰다. 본 느낌이라고 해도 용사의 프레셔에 압도되어 뇌의 기억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 때의 일을 가까스로 생각해낸다.
“작았어.”
“작다고요? 그 용사가 말입니까?”
“그래. 옛날의 모습하고 많이 달라. 파동이 없었다면 용사라고 알아보는 것은 무리였겠지.”
“나보다 작은 건가?”
겐지는 몸집이 작아 신장이 165cm정도밖에 안된다.
“너보다도 더 작아. 키가 155cm쯤 될 정도야.”
“작아도 몸은 근육질인거 아냐?”
“찔러보면 부드러울 거라 생각해. 아마도”
“헤에, 변한다고 하면 바뀔 수 있구나.”
겐지는 감탄한 것처럼 말했다.
옛날의 용사는 인간으로서는 꽤 거구의 사내였다. 하지만 새로운 육체를 얻어 다시 태어났으니 예전의 모습은 더 이상 관계가 없다. 악마의 귀족으로 괴이한 매력을 가진 겐지는 작아졌고 합성수로 인간다운 부분이 하나도 없던 카츠아키는 TV에 나오는 모델같은 가지런한 모습이 되었다. 나도 그렇다. 사신의 후예라고 불린 거인족, 그 중에서도 역대 최강이라고 불린 그 시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까 용사가 옛모습하고 동떨어져 있어도 별로 신비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용모는 어땠어?”
“얼굴은……눈이 컸어. 그리고 인사를 할 때 빨개졌다.”
“수염을 길러서 박력을 내거나 했어?”
“아니. 매끈매끈했는데.”
“흠. 정리하자면, 작고 눈이 크고 적면증에 피부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고 어쩌면 반들반들할지도 모른다라.”
“뭔가 약해보이네.”
“약해보인다고 할까, 이건……. 저기, 이름은 뭐였나요?”
“칸다 카스미. 두 번이나 자기 이름을 댔으니까 이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관계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었나요?”
“평범하게 이 학교 교복이야. 위는 하복의 하얀 셔츠. 아래는 스커트……”
어라? 스커트?
“설마, 용사는……”
“여성 인 것 같군요.”
뜻밖에도, 용사는 여자였던 것이다.
“변하려고 하면 바뀔 수 있다고해도, 이건 너무 바뀌었잖아. 성별이 바뀌다니.”
충격적인 사실이 분명해지고나서, 겐지는 어처구니 없다는 투로 말했다.
“놀랄 일은 아니겠죠. 저도 합성수로 성별은 없었는데, 그런데도 남자로 태어났으니까요.”
카츠아키 쪽은 냉정한 어조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뭐 그렇겠지만……이미지가 안맞네. 그 용사라 여자라니”
“겐지군의 이미지는 어찌돼도 좋습니다. 용사가 여자가 되었다고 해도 저희들의 상황은 호전된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다 같이 대책을 생각해보죠.”
“대책이라고 해도……이거, 그냥 이길 수 있는 거 아냐?”
“이길 수 있다고?”
“그래. 테츠지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용사는 작은 여자애잖아. 우리도 인간이지만, 그래도 그런 것과 싸우면 질 생각은 안드는데.”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무리다, 정말로 무리. 너는 용사를 근처에서 만난 적이 없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그 파동에 쬐여서 몸이 움츠러들었다고. 움직일 수 없었어. 너도 분명히 그렇게 될거야.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도전하는 것조차 꿈같은 이야기라고.”
“아, 그랬지. 빛의 파동이 있었지…….”
“잊지 말아주세요. 저희들은 그것을 느끼고 용사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잖아요.”
빛의 파동. 그것은 용사의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방출되는 것으로, 용사한테 접근하는 마물을 겁에 질리게 만들고 전의를 상실시키는 효과가 있다. 상급의 마물―예를 들어, 옛날의 우리들이라면 다소의 능력저하 정도로 끝나지만, 지금은 ‘옛날’이 아니다.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마왕님이 발하는 어둠의 파동뿐. 빛의 파동과 어둠의 파동은 서로 상쇄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마왕님이 없는 지금은 어떠한 관계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들은 인간이야. 그런데 빛의 파동이 효과가 있다니 반칙이잖아. 우리들은 이제 마물 아닌데.”
“육체적으론 그렇다고 해도 혼은 부정하다고 할까. 마물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도 결국 뿌리는 마물 그대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슬픈 말 하지마…….”
카츠아키한테 딴지를 걸면, 겐지로부터 원망스러운 시선을 느꼈다.
“뭐야, 뭔가 말하고 싶은 거라고 있냐.”
“책임이다, 책임. 책임을 누가 질 건지 이야기하고 싶어.”
“이런 때에 왜 그래?”
“이런 때이니까 하는 거야.”
마계의 대공작을 했었던 이 작은 남자한테 그 시절의 자취는 아무데도 없는 것은 아까 말한 그대로지만, 단 하나 책임이라는 말을 좋을대로 사용하는 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단지 옛날에 겐지는 책임이라는 말을 통치자인 자신에게 부과했다. 책임은 추궁하는 것 또는 전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지금과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한 나를 무시해서 겐지는 하나하나 되새기듯이 계속한다.
“네가 군단을 거느리고도 용사 말살에 실패한 것이 마왕님한테 들켜서, 모험을 막 떠나 아직 그렇게 강하지 않은 용사한테 너는 오명을 씻기 위해 혼자 덤볐어. 그리고 여유를 부리면서 용사를 어중간하게 괴롭히고 있을 때 빛의 파동이 발동해버렸지. 아무리 생각해도 네 책임이야. 게다가 그 때 너는 겁먹고 도망쳤다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어.”
“옛날 일은 잊었다. 너도 잊어. 대체 네가 말한 ‘이긴다’는 뭐야. 용사를 쓰러트린다―죽인다는 거야? 그런 짓을 하고 경찰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렇게 생각해도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아.”
“그렇지. 나 역시 사양이다. 그러니 빛의 파동이 있느냐 없느냐는 관계없겠지.”
옛날 세계에서 인간과 마물의 관계는 단지 서로 적이었다. 거기에는 서로 원망하고 죽이는 것이 당연한 거였다. 인간과 마물의 분쟁 그 결과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진 쪽이 나쁘다. 그것 뿐이다. 그 당시 우리들은 그 관례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죄를 범하면 법으로 심판을 받는다. 거기다가 윤리관도 있다. 짐승같이 서로 죽이는 건 정말로 사양이다. 그 시절 나는 잘도 그렇게 야만하고 무자비한 짓을 했었구나하고 절실히 생각한다.
거기서 나는 문득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어쩌면 용사도 같지 않을까?”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용사도 이 세계에 새롭게 태어나 자랐겠지. 생각이 예전과 다르게 변했을지도 몰라. 우리들을 17년동안 원망하면서 아직도 죽이려고 하다니 과연 그럴까?”
“무르군요, 테츠지로군. 그러면 왜 용사가 우리들을 쫓아온 거죠?”
“그건 용사는 우리가 평범한 사람이 된 것을 몰라서 그렇겠지. 우리들이 악행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려고 하는 걸지도 몰라.”
“저희들의 예전 소행을 알고 있는 용사가 감시정도로 끝낸다고 생각할 수 없군요. 무언가를 하고 나서는 늦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잘못이니 예전같은 악행을 하기 전에 말살한다. 용사라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래도 우리들을 죽이면 체포되는데? 지금 우리들은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고. 전생의 이야기를 해봤자 경찰이나 재판관이 믿어줄 리가 없지. 17년이나 이 세상에 살았으면 용사도 알고 있겠지.”
“……천도에 적대하는 악을 벌한다.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자신의 처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저희들이 아는 용사는 그런 인물이잖아요.”
맞다. 그랬었다. 용사는 그러한 자기희생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마왕님을 물리친 영웅의 지위를 버리면서까지 이 세계에 오지 않았겠지.
“남한테 폐가 되는구만, 용사라는 건……. 조금만 더 홀가분하게 살면 될텐데, 우리들같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완전히 우리들한테 책임이 있으니까요. 누구를 원망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그렇네. 이것이 자기책임이라는 거겠지. ―좋아, 유언의 시라도 남겨볼까.”
“시낭송부다워서 좋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지하게 부활동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해산한 부의 부실을 방과후의 잡담용으로 쓰지 말고요.”
“최초이자 최후의 부활동이 유언의 시 작성이라니 부처님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어디까지가 진심인 것인가 둘은 통학용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단념하지 않는다.
나는 자신을 분발시키기 위해 책상을 쾅하고 두드렸다.
“그래, 떳떳하게 이쪽에서 찾아가자.”
“그러니까 찾아가서 어쩔 셈입니까? 빛의 파동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고요.”
“딱히 싸우러 간다는 것이 아니야. ―엎드려 비는 거다.”
“네?”
“우리들이 먼저 만나러 가서 아무 말도 않고 엎드려 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적의가 없는 것이 전해지지. 그 다음에 우리들의 그런 꼴사나운 태도를 보면 동정심을 가져줄지도 모르잖아?”
“동정심을 말입니까?”
“우리들도 약해 빠진 인간이 목숨 구걸을 하면, 귀찮아서 하나하나 죽이진 않았잖아? 그것과 같아. 긍지 높은 용사가 죽일 가치도 없는 쓰레기 이하의 존재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다, 우리들을.”
겐지하고 카츠아키는 동시에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다.
“그리 나쁘지 않은 수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엎드려 빈다고? 너무 프라이드가 없는거 같은데. 용사의 기억에서 나는 마계를 통치하는 대공작이라고. 그런 높은 분이 엎드려 빌기라니, 좀 그런데.”
“저는 무려 수호신입니다. 신이라고요? 신이 인간한테 엎드려 빌다니, 그거 여러 가지로 위험합니다.”
“흥. 둘 다 엎드려 비는게 싫은 건가. 그러면 딱히 안해도 상관 없어. 용사한테 맞서서 충직한 죽음을 맞이하던지 좋을대로 해.”
“기다려, 기다려. 지레 짐작 하지마. 엎드려 빌어서 목숨을 보존할 수 있으면, 머리를 지면에 깊이 박고, 거기서 발뒤꿈치로 밟힌다고 해도 싼 값이잖아.”
“과오에 대해 머리를 내리는 것은 신한테도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바닥에 머리를 비빌 정도로 조아리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죠.”
자신만만하게 프라이드 제로를 선언하는 옛 마계 대공작과 수인부족의 수호신.
“좋습니다. 그렇게 정했으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용사한테 가서 엎드려 빌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저쪽이 먼저 접근한다면 문답무용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명은 일제히 일어섰다.
“가자, 용사는 아직 교실에…….”
나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번개같은 충격이 온 몸을 덮친 것이다.
이 감각은 아까 막 맛보았던―
“위, 위험하네요. 늦은 것 같습니다.”
“그래. 오, 오고 있구만, 이거……”
둘 다 나와 같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용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차, 창문! 창문으로 도망치자.”
“여기 5층이야. 뛰어내리면 철퍽하게 된다고! 그것보다 어딘가 숨어!”
“어딘가라니, 의자와 책상밖에 없는 부실인데 어디에 숨으리는 겁니까!”
허둥지둥하는 동안에도 용사가 점점 쫓아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드디어, 똑똑하고 문 저편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있다. 문을 사이에 둔 장소에, 용사가 있다.
세 명은 꼼짝 못하게 묶인 것처럼 몸이 경직되어 어떠한 소리도 하나 내지 못했다.
고요해진 부실 속에 다시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울린다.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칸다 카스미라고 합니다. 키타세군 있나요?”
여기 있는 세 명 중에 현재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나뿐. 나의 이름이 나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가 이름을 말해져서 뛰어오를 것 같았다.
“지명이구만”
“……알고 있어”
나는 각오를 정하고 다리를 내디뎠다.
“둘 다 각오는 됐겠지?”
문 앞에서 등 뒤로 말을 건다.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엄마, 저를 지켜주세요……’라는 카츠아키의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본심이 어떻든 상관없지만 이 녀석은 마더콘이다. 합성수라서 부모가 없으니까 모친의 사랑에 굶주렸던 것 같다. 아 정말 알게 뭐냐.
나는 꿀꺽하고 침을 삼키고, 손잡이에 떨리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단숨에 문을 열어 놓고―순간 시야가 변화했다.
“저기, 키타세군 있습니ㄲ…에, 엣? 에엣? 뭐, 뭐지? 무슨 일이에요?”
용사의 난처한 소리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나한테 세 사람이 엎드려 빌고 있는 걸 목격했다고 전하고 있다.
침묵이 계속됐다.
엎드려 조아리고 있는 우리한테 용사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 건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학교의 바닥 꽤 차갑구나. 다음에 감기 걸려서 열이 날 때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바로 미지근해지는 거 아닐까? 그렇게 되면 다른 장소에 이동해야 해야 할텐데…….
조용해진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현실도피를 하고 있으니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요……뭘 하고 있는 거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자세를 무너뜨릴 수 없다. 여기서는 엎드려 조아리기로 밀고 나간다. 그렇게 정했으니까.
“저어, 일단 머리를 들어주시면……”
조심스러운 소리에 등 근육만이 아닌 전신이 움찔하고 떨렸다.
이런 말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 끝까지 엎드려 조아리면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인가. 하지만 그러면 용사의 명령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해서 기분을 해치게 되면 어쩌지? 하지만 여기서 머리를 들면 성의가 전해지지 않을 터……
답이 없는 자문을 반복하고 있으면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쨌든. 부탁이니까 머리를 들어주세요. 누군가가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압력에 밀려 튀어나오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등 뒤에 똑같은 기색이 두 개.
용사는 휴하고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나한테는 얼굴을 직시할 근성은 없었다.
“다행이다……그런데, 왜 머리를 숙인 거예요? 깜짝 놀라서……”
“놀라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세 명의 소리가 겹쳐 박치기할 기세로 이마를 바닥에 박는다.
“아아, 또 그러시네! 그, 그러니까 그만두시라고요…….”
안된다. 음색을 살피니 정말로 싫어하고 있다. 우리들은 팟하고 머리를 올렸다.
용사는 다시 가슴을 쓸어내린다.
“휴우. ……설마 키타세군, 그 때 일을 그렇게 신경쓰고 계셨나요?”
“……그 때, 라면, 무엇을 말씀하고 계신 겁니까?”
짐작 가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하나로 정할 수가 없다.
“무엇이라니, 아까 교실에서 갑자기 없어진 것을 말하는 건데요…….”
이렇게 가까운 과거의 일을 비난받게 될 줄을 생각도 못했다. 용사의 앞에서는 조그마한 무례라도 만 번 죽어 마땅하다는 건가.
“……어리석게도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자리를 도중에 뜨는 행동 따위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쪼록 용서와 자비를 받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부디―”
빛의 파동이 없었다면, 여기서 다리에 매달려 구두를 핥고 있었을 것이다.
“그, 그건, 지나친 말이에요. 저야말로 이야기 도중에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시작해버려서 죄송해요. 그래서 키타세군은 분명히 여기 있을 거라고 모두한테 들어서 만나러왔는데요…….”
“일부로 오시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래서, 무슨 용무, 이신지요?”
묻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응, 그러니까, 결국 이름을 듣지 못했으니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군, 우선 거기부턴가.
“테츠지로라고 합니다. 키타세 테츠지로.”
이렇게 됐다면 용사의 요구에 무엇이든지 응할 생각이다. 목을 매라든지 창문에서 다이빙해라같은 건 빼고.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요. 키타세군, 재차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안녕가세요, 영원히. 로 이어지는 것을 각오했지만, 의외로 용사는 쿠국하고 작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다 치더라고 키타세군은 야단스러운 사람이네요. 그 정도로 엎드려 조아리다니― 어라라? 그러면 뒤의 사람들까지 사과하는 건 이상하군요? 저기 그 쪽의 두 분은 왜……?”
이야기의 방향이 옮겨지자 겐지하고 카츠아키가 동요하고 있는 게 훤히 보인다.
얼마 안 있어 카츠아키가 뒤집힌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저희들은 부족하나마 성의를 이해해주시길 바라면서……”
“성, 성의?”
“네. 귀하의 앞에서 저희들은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타의는 일체, 없습니다.”
“으응……뭐,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곤란해하는 소리가 계속되자, 쿵하며 머리와 콘크리트가 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귀하를 고민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 그러니까 엎드려서 조아리는 건 그만둬 주세요. 이상하잖아요, 처음 만났는데…….”
“아닙니다, 이상한 부분은 없―네?”
얼빠진 소리는 내는 카츠아키. 내 머리에서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어라? 뭔가 이상한 소리를 한건가요?”
“저기―처음 만났다, 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게 말했는데요…….”
“그것은, 현세적인 의미입니까?”
“현세적? 저기, 저는 오늘 막 전학와서 이 학교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여러분하고는 처음만난 거, 겠죠?”
그 말에 두려움에 얼어있던 머리가 급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다니 무슨 소리지? 용사는 우리들과 몇 번이고 서로 싸웠다. 그 인연의 깊이라면 잊혀질 리가 없다.
그런데 처음 만났다니 왜.
나는 눈길을 올려 용사의 얼굴을 힐끗 살폈다. 거기에는 난처한 기색이 있을 뿐 농담하는 분위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 저기! 물어 봐도 돼……아니, 되겠습니까!”
과감하게 소리를 외친 건 겐지였다.
“아, 무슨 일이죠?”
“귀하는 왜 이 학교에 전학 오셨습니까?”
“……예?”
“대, 대답해 주세요!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일입니다.”
필사적인 것이 전해졌는지, 용사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일로 인해서 전에 살던 곳에서 이사하게 된 건데……그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것도 이상하다.
우리들을 해치우려고 쫓아온 것이 아니였나?
“여기 온 것은 무엇을 위해서 입니까?”
“키타세군의 이름을 알고 싶어서 인데요?”
“그, 그것뿐 입니까? 다른 더 중요한 일이 있지는 않습니까?”
“아뇨, 딱히……”
“정말로?”
“그런데요……뭐, 뭔가 중요한 일이 있었나요?”
이 말도 진심인 것 같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설마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용사가 방출하는 빛의 파동은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을 죄어오고 있다. 그러니 사람을 착각한 것이 아니다.
칸다 카스미는 용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른다고 한다.
설마 이것은―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확신을 얻기 위해 나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마왕, 이라는 말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등 뒤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달라붙는게 느껴졌다. 눈앞의 사람에 있어서 마왕은, ‘물을 필요도 없이 그 분이지 않은가’하는 시선이. 하지만 용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마왕이요? 그러니까…… 아버지, 아버지, 거기에 마왕이―슈베르트였나요?”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분]
솟아오르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헛된 기쁨은 싫다. 마왕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보편적이다. 나는 좀 더 특정한 개체를 지정하는 단어를 입 밖으로 냈다.
“……삼마장, 이라는 단어는 들은 기억이 있습니까?”
“삼바장? ……삼바같은 건가요? 아, 그게 아니면 사슴과인 삼바랑 관계가 있는 단어인가요. 사슴 고기로 축제를 한다던가?”
전신에서 힘이 빠져, 우리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걸로 확인되었다.
―용사는 옛날의 기억을 잃은 상태다.
“죄, 죄송합니다. 완전히 틀렸나요? 배가 고프니까 축제이야기로 넘어가 버려서……”
“괜찮아!”
우리들은 후다닥하고 벌떡 일어나, 처음으로 용사를 정면에서 마주 대했다.
“우리들은 처음 만난 것이다!”
“그렇습니다, 처음 만난 것입니다!”
“만세다! 처음 만난 것에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으, 응, 만세, 만세……”
왠지 용사까지 영향을 받아 만세를 하고 있다.
왜? 어째서 기억이 없지?
그런 거는 지금 어찌되든 좋았다. 살았다라는 압도적인 사실 앞에서는 오로지 만세를 하는 것이 어울린다.
용사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뭐,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키타세군도 저기 두 분도 매우 즐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까. 즐거워 해주셨다면 영광입니다!”
용사는 한층 더 쿡쿡 웃으면서, 이윽고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그런 표현은 그만둬주세요. 저희들은 반친구고 자리도 옆인데. 서로 평범하게 이야기해요.”
“네, 넷. 그렇게 하겠습니다.”
“앗, 말하자마자”
“실례했습―아니, 그러네. 알았어. 이제부터 평범하게 말할게.”
“응! 우리 친구가 되지 않을래?”
그렇게 말한 용사는 손을 내밀었다.
얼굴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왜 그래?”
“아, 아니, 그 손은?”
“친구끼리의 악수!”
생글생글거리는 용사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빛의 파동은 건재하다. 이렇게 가까이 있기만 해도 숨이 괴로운데 직접 용사의 신체에 닿으면― 어떻게 될까?
손을 마주 잡지 못하고 있으니 용사의 얼굴이 흐려졌다.
“아, 미안해. 이제 막 알았는데, 악수를 하다니 갑작스럽지.”
“아니! 갑작스러운게 아니라 100년동안 알던 사이라도 위험할 것 같다고 할까…그래, 나는, 일본에서 태어난 동양인이니까 악수가 뭔지 몰라!”
내가 봐도 엉망진창인 변명을 용사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서 방긋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그러면 알려줄게.”
피할 틈도 없었다. 용사가 나의 손을 잡아―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전격이 강타하는 것 같았다.
게대가 그 전기는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이 몸 안에서 열을 증가시키며 날뛰었다.
간신히 손이 떨어졌을 때 충격과 아픔으로 의식이 어딘가로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이것이 악수. 하는 법 기억했어? ―어라, 왜 그러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아무것도…….”
전부터 죽음을 각오했었다. 그러니 이정도로 끝나는 건 싸게 먹히는 거다. 그렇게 타이르고는 어떻게든 대답했다.
겐지와 카츠아키가 웃음을 견디고 있는 게 느껴진다. 둘 다 죽음의 공포가 사라져서 나의 상황을 보고 즐기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은 다음에 이어지는 용사에 말에 얼어붙게 되었다.
“두 사람도 같은 학년이네요. 저는 칸다 카스미라고 해요. 여러분도 저의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작별의 인사를 남긴 용사―아니, 칸다 카스미의 모습이 문 저편으로 보이지 않게 되자 세 명은 동시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 살았구나. 우리들……”
“파동이 직접 흘러들어 왔지만……생명에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눈이 따끔따끔하다고. 뇌도 메트로늄같이 되었어. 토할 것 같아.”
탈력감과 빛의 파동의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고서 겐지가 천장을 우러러 보았다.
“예상 외였네. 용사가 기억이 없다니.”
“그렇군요. 저희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기억을 계승했으니까 말이죠. 예외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하고 안심하게 해놓고 사실은―이런 식으로 갑자기 문을 열리는 없겠지?”
“그럴 리가 없겠죠. 그녀는 학교 밖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파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구만, 속인 건 아니겠지. 우리들을 끝장낼 생각이면, 엎드려 빌 때나 파동에 당하고 있을 때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으니까.”
“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우리들을 처리하기 위해 일부러 전학 올 필요성은 없습니다. 자동차든 전차든 비행기든 사용해 이 거리로 와서, 어느 날 갑자기 쓱하면 되니까요.”
카츠아키가 말이 지당하다.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 전 우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는 소리다.
“아버지의 일로 인해 이사했다고 말했었지. 전학 온 것은 정말 단지 우연의 산물, 이라는 건가.”
그런 거겠지. 확률 운운하면 필시 낮겠지만, 제로가 아닌 이상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허둥지둥할 필요 없었네. 엎드려 빌기까지 했으니 지독한 창피라고. 완전히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을 거야. 테츠지로, 너의 책임이다. 나는 처음부터 싫다고 했었으니까 말이야.”
“싫다고 말하지 않았잖아. 오히려 맞장구 쳤지.”
“아니, 분명히 말했어.”
“말하지 않았어.”
“말했어.”
쓸데없이 답이 없는 말싸움을 하고 있으면, 상황을 중재하는 것처럼 카츠아키가 나섰다.
“뭐,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용사가 나타나줘서 다행이지 않습니까. 이걸로 우리들은 용사가 언제 우리를 죽이러 올지 떨 필요도 없어졌으니까.”
확실히, 용사의 소재가 판명되고 게다가 그 용사가 기억을 잃고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다. 그리 생각하지만―
“둘은 그걸로 좋겠지만, 용사―칸다는 내 반이고 게다가 옆자리라고. 마지막에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는데,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좋잖아. 카스미양, 귀여웠고 성격도 좋아보이는데. 그런 애가 옆자리에 있다니 부러울 뿐이구만. 너의 인생에도 드디어 행운이 온 거 아냐? 다행스러운 일이야.”
갑자기 용사를 매우 친한 듯이 이름으로 부르는 겐지. 그 기생오라비같은 얼굴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럼 나하고 바꿀까?”
“사양하지. 나는 저런 작은 여자에 흥미 없거든.”
어찌되든 좋은 때에 기호를 폭로한 겐지를 카츠아키는 진지한 표정으로 문득 보았다.
“겐지군이 말한 대로입니다. 운이 좋을지도 몰라요.”
“너까지 그런 말을―”
“달라요, 여성의 취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딱 잘라 말하면 칸다씨는 저의 엄마보다 월등히 뒤떨어집니다. 이기고 있는 것은 피부의 팽팽함정도입니다. 대체로 처음 만난 남성의 손을 잡다니 품위가 없다는 증거에요. 여성이 품위가 없어선 안됩니다.”
“미안, 본론으로 들어가주지 않을래?”
“실례. ―어느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칸다씨가 용사의 기억이 없다. ‘그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럴 리가 없잖아. 너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잖아.”
“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용사의 기억은 그녀 안에 일시적으로 잠들어있는 것뿐. 무언가를 계기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그 추측에 부실이 조용해졌다. 카츠아키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희들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녀만 잊고 있다. 그런 형편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그게 계속될 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알았을 때는 이미 늦습니다.”
“……무언가의 계기로 되살아난다니, 무슨 계기로?”
“알 수 있을 리가 없죠. 하지만, 예를 들면―매우 슬프거나 괴로운 일이 그녀의 주위에서 일어 났을 때, 같은 건 어떻습니까? 용사가 마왕퇴치의 사명에 눈떴을 때처럼요.”
“사명에 눈 떴을 때라는건,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면 기억이 살아난다는 건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일단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렇게 흉악한 살인범이 거리를 배회할 리가 없잖아.”
“딱히 똑같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잠들어 있는 걸 깨울 뿐이라면, 허들은 그것보다 훨씬 낮을테니까.”
카츠아키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해되었다.
“과연. 쓸데없는 자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건가.”
“그런 것입니다. 반이 같다면 더 하기 쉽겠죠. 그녀가 슬퍼할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테츠지로군은 눈 크게 뜨고 지켜보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저희들한테 알려주세요. 다 같이 해결하도록 노력하죠.”
“알았어. 그렇게 하지.”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옛날을 연상시키는 것들도 위험합니다. 조그마한 계기로 그 때까지 완전히 잊고 있던 것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니까요. 저희들이 마장이었다고 알려지는 것 따위 논외입니다.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죠.”
이야기가 정리되었을 때쯤 겐지가 북북 머리를 긁었다.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귀찮은 일이 되었구만.”
“살해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건 그렇지만……넌 괜찮아? 빛의 파동, 지금의 우리들도 꽤 아픈데”
“살해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카츠아키의 추측이 맞다면 그럴 것이다. 어쨌든 용사의 기억이 눈뜬다는 것은 우리들의 죽음에 직결된다. 빛의 파동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칸다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빛의 파동이 직접 흘러들어온다. 그것이 긴 시간 지속되면 그거야말로 목숨에 관계된 일이다.
“뭐, 그거야 죽는 것보다 훨씬 낮지만. 그래도 저 파동은 어떻게 안되는 걸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칸다 자신도 자기가 그런 것을 방출하고 있다고 꿈에도 생각 못할 터.
저것을 무효화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다.
“마왕님, 인가.”
같은 것을 생각했으라. 켄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디에 계신 걸까요?”
이 세계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용사가 나타난 것으로, 그것은 확실해졌다.
마왕님은 같은 세계, 같은 시대에 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절대로 보고 싶지 않구만.”
겐지의 말에 나하고 카츠아키는 매우 깊게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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